평화선언

평화선언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우리의 고향은 한 발의 원자폭탄으로 인하여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돌아갈 집과 정들었던 생활, 소중하게 지켜온 문화까지도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 “히로시마가 사라졌다. 모든 것이 없어져 버렸다. 길도 없다. 주변 일대는 불탄 들판. 슬프게도 한 눈에 먼 곳까지 다 보인다. 시영전차의 선로였던 길에 불타 떨어진 전선을 따라 걸었다. 그 길은 뜨거웠다. 사람들의 죽음이 곳곳에 있었다.” ― 이것은 당시 20살의 여성이 본 거리이며, 피폭자 누구나가 목격한 히로시마의 모습입니다. 강변에서는 떠들썩한 축제와 보트놀이, 낚시, 조개 캐기, 징거미새우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원폭은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 “경방단(警防團)의 사람들과 함께 트럭으로 시신 수용 작업에 나섰다. 소년이었던 나는 발목을 잡으라고 해서 잡았지만 피부가 벗겨져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잡으려고 손가락에 힘을 주니 진물이 흘렀다. 악취가 났다. 뼈가 잡혔다. 하나, 둘, 셋하며 트럭에 실었다.” ― 그 당시 13살 소년의 체험처럼 주변 일대는 수많은 시체가 쌓였고, 괴로워하는 신음소리 속에 숨이 끊긴 어머니의 젖을 한없이 빨고 있는 아기, 죽은 갓난아기를 껴안은 채 넋을 잃은 어머니의 얼굴 등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생지옥이었습니다.

당시 16살의 소녀는 소중한 가족을 차례차례 잃어 갔습니다. ― “7살이었던 남동생은 피폭 직후에 전신 화상으로 죽었고 한 달 후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13살의 남동생과 11살의 여동생이 죽었습니다. 유일하게 살아 남은 당시 3살이었던 남동생도 그 후 암으로 죽었습니다.” ― 히로시마에서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그 한 해 동안 14만 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버린 히로시마. 피폭자는 그 히로시마에서 원폭을 몸소 체험하고 후유장해나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견디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체험을 증언하고 분노와 증오를 넘어서서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호소하며 핵무기 근절에 온 힘을 쏟아 왔습니다. 우리는 그 비참함, 슬픔, 괴로움과 함께 그 염원을 전세계에 전하고 싶습니다.

히로시마시는 올 여름 평균연령이 78세를 넘은 피폭자의 체험과 염원을 계승하여 전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부응하여 전승자 양성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피폭의 실상을 잊지 않고 국내외의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핵무기 근절을 향한 생각을 공유해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전세계의 여러분,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의 위정자 여러분, 피폭지에서 평화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히로시마를 꼭 한번 방문해 주십시오.

평화시장회의는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20년까지 핵무기 근절을 목표로 하는 가맹 도시는 5,300도시를 넘어 약 10억 인의 시민이 참여하는 회의로 성장했습니다. 이 평화시장회의 총회를 내년 8월에 히로시마에서 개최합니다. 핵무기금지 조약의 체결, 더 나아가 핵무기 근절의 실현을 바라는 대다수 시민의 목소리가 발신되게 됩니다. 그리고 내후년 봄에는 일본을 비롯한 10개 비핵무기국의 ‘군축•비확산 이니셔티브(NPDI)’ 외무장관 회의도 개최됩니다. 핵무기 근절의 염원과 결의는 반드시 히로시마를 기점으로 전세계로 퍼져 나가 세계 영구 평화의 결실을 맺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2011년 3월 11일은 자연재해로 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 겹치는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발생한, 인류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힘들게 살아 가면서도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는 피재자 여러분의 모습은 67년 전의 그 날을 경험한 히로시마 사람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여러분, 반드시 다가올 내일의 희망을 믿으십시오. 우리의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그 끔찍한 사고를 교훈으로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핵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는 호소 외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국민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시민의 생활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확립해 주십시오. 또한,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히로시마•나가사키와 뜻을 같이 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동북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를 확실하게 인식함으로써 핵무기 근절을 향한 리더십을 한층 더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원폭으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국내외의 피폭자에게 따뜻한 원호 대책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검은비 강우지역’의 확대를 위한 정치 판단을 해 주십시오.

우리는 다시금 원폭 희생자의 영령 앞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이 히로시마를 거점으로 피폭자의 체험과 염원을 전세계에 전하고 핵무기 근절과 세계평화의 실현에 전력을 다할 것을 여기에 선언하는 바입니다.

2012년 8월 6일

히로시마시장 마쓰이 가즈미
번역:Inter Group 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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