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평화선언

나가사키 평화선언

68 년 전 오늘, 이 도시의 상공에 나타난 미국 폭격기가 한 발의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열선, 폭풍(爆風), 방사선의 위력은 엄청났고, 원자폭탄이 투하된 직후부터 일어난 화재는 하루 밤낮 계속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살던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가 되고 24 만 명의 시민 중 15 만 명이 다쳤으며, 그중 7 만 4 천 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피폭자는 68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방사선에 의한 백혈병이나 암 발병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무기를 만든 것은 인간입니다. 이 무기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번이나 사용한 것도 인간입니다. 핵실험을 반복하여 지구를 계속 오염시키고 있는 것 또한 인간입니다. 인간은 지금까지 수많은 잘못을 범해 왔습니다. 그래서 더욱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의 맹세와 되돌아가야 할 원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피폭국으로서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바입니다.
올해 4 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 준비위원회에 제출된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에 80 개국이 찬동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제안 국가는 일본에도 찬동하는 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서명하지 않고 세계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류는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핵무기의 사용을 상황에 따라서는 인정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의 어느 누구에게도 두 번 다시 피폭의 경험을 시키지 않겠다는 피폭국으로서의 원점에 어긋납니다.

인도와의 원자력 협정을 위한 협상의 재개도 마찬가지입니다.

NPT 에 가맹하지 않고 핵을 보유한 인도에 대한 원자력 협력은 핵무기 보유국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하여 규칙을 정한 NPT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이는 NPT를 탈퇴하고 핵 보유를 지향하는 북한 등의 움직임을 정당화시키는 구실을 주는 격이며 한반도 비핵화의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에 피폭국으로서의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합니다.
비핵 3 원칙의 법제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동북아시아 비핵무기 지대 검토의 요청 등, 피폭국으로서의
지도력을 발휘하여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것을 요구합니다.

핵무기 보유국에는 NPT 내에서 핵 군축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에 대한 약속입니다.
2009 년 4 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결의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6 월에는 베를린에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진정으로 안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핵 군축에 더욱 힘쓰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피폭지는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세계에는 지금도 1 만 7 천 발 이상의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중 90 퍼센트 이상을 미국과 러시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푸틴 대통령, 더 빠르고 더 대담하게 핵 군축에 힘을 기울여 주십시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먼 꿈으로 여기지 말고, 인간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핵무기 근절을 노력함으로써 세계와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국가의 지도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개개인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정부의 행위로 인하여 또다시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일본 헌법 전문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일본 국민의 강한 결의가 담겨 있습니다. 일찍이 전쟁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힌 사실을, 전쟁이 초래한 수많은 참혹한 광경을 절대 잊지 않고, 절대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평화 염원의 원점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전쟁 체험과 피폭 체험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만 합니다.
젊은 세대 여러분, 피폭자의 외침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노 모어 히로시마, 노 모어 나가사키, 노 모어 전쟁, 노 모어 피폭자 (히로시마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 나가사키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 전쟁을 하지 말자. 두 번 다시 피폭자가 생기지 않기를)”라고 외치는 소리를.
여러분은 피폭자의 외침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68 년 전 원자 구름 아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피폭자가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핵무기 근절을 호소해 오고 있는지. 피폭자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사는 세계, 여러분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핵무기가 존재해도 괜찮은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야말로 미래입니다.
지역 주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90 퍼센트 가까운 지자체가 비핵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비핵선언은 핵무기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시민의 결의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선언을 한 자치단체로 구성된 일본 비핵선언 자치단체 협의회는 이달로 설립 30 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여러분이 선언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할 때는 협의회도 피폭지도 동료로서 힘을 실어 드리겠습니다.
나가사키에서는 올해 11 월, ‘제 5 회 핵무기 근절-지구시민집회 나가사키’를 개최합니다. 시민의 힘으로 핵무기 근절을 피폭지에서 세계로 발신해 갈 것입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 1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는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채 방사능의 피해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하루아침에 평온한 일상을 빼앗겼으며,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암담한 생활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나가사키는 후쿠시마의 하루라도 빠른 부흥을 기원하며 응원해 갈 것입니다.
지난달 핵무기 근절을 호소하며 피폭자 원호에 힘써오신 야마구치 센지 씨가 별세하셨습니다. 피폭자는 점점 줄어들고 평균 연령은 78 세를 넘었습니다. 고령화하는 피폭자에 대한 충실한 원호 대책을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원자폭탄으로 희생되신 분들께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하며 히로시마시와 협력하여 핵무기가 없는 세계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을 여기에 선언하는 바입니다.

2013년 8월 9일
나가사키 시장 다우에 도미히사(田上 富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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